이사 트럭이 떠난 후 아파트 단지는 고요했다. 15층 높이의 회색 건물들이 사각형 하늘을 잘라내고 있었고, 그 사이로 스며든 석양이 창문마다 붉은 반점을 새겨놓았다. 나는 402호 거실 창가에 서서 맞은편 건물을 바라보았다. 똑같이 생긴 창문들이 벌집처럼 늘어서 있었는데, 그중 404호만 유독 어둠이 짙었다.
첫날 밤 11시, 우연히 창밖을 내다본 순간 심장이 멎는 듯했다. 404호 창문 너머로 여자가 보였다. 그녀는 창가 의자에 반듯하게 앉아 있었는데, 고개를 약간 오른쪽으로 기울인 채 무언가를 응시하고 있었다. 거리가 멀어 얼굴은 선명하지 않았지만, 긴 머리카락이 어깨를 덮고 있는 것만은 확실했다.
이튿날 밤도, 그 다음 날 밤도 그녀는 같은 시각, 같은 자리에 있었다. 마치 시계추처럼 정확했다. 나는 점점 그 창문에 시선이 끌렸고, 저녁이 되면 어김없이 커튼을 걷어 올렸다. 그녀의 존재는 신비롭기보다 불안했다. 움직이지 않는 그 모습이 살아있는 사람인지 의심스러웠다.
3주가 지난 어느 밤, 11시가 되어도 404호는 여전히 컴컴했다. 다음 날도, 그 다음 날도 마찬가지였다. 불안감이 극에 달했을 때 나는 결국 경찰서에 신고했다.
"404호에는 아무도 살지 않습니다." 경찰관의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. "2년째 공실이에요."
그렇다면 내가 매일 밤 본 그 여자는 누구였을까. 창밖을 바라보는 내 시선이 떨려왔다. 혹시 지금도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.